제1독서 : 욥 38,1.12-21; 40,3-5. 복음 : 루카 10,13-16.
순교자 성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예로니모는 347년 이탈리아 북부의 스트리도니아라는 작은 마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12세에 로마로 건너가 당대 유명한 학자 밑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수사학을 공부하면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이후 교황 다마소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교황의 비서관이 되었습니다. 다마소 교황은 라틴어 성경을 만들기 위해 예로니모에게 라틴어 성경을 총 점검하라는 임무를 맡겼고, 15년에 걸쳐 라틴어 성경인 vulgata가 완성됩니다. 불가타는 대중적이라는 의미로, 그리스어 성경을 보다 보편적인 라틴어로 읽을 수 있게 번역한 것입니다.
성경의 이해와 보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성인의 공로로 오늘날 우리가 성경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공로로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성 예로니모를 교회의 4대 교부(敎父) 중 한 분으로 선포했습니다. ‘교회의 아버지’라는 뜻의 나머지 세 교부는 성 암브로시오,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입니다. 한편 순교자 성월을 마무리하는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새롭게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에 가입한 쌍용동 성당의 신규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현재 본당 신부님을 비롯한 12명의 조합원이 250만 원을 출자해주셨습니다. 또한 여러분에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이제부터 생태 사도의 삶을 이어가 주세요.
모진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굳건하게 지킨 선조들의 피와 땀이 어린 터전 위에서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하게 된 우리는 생태 사도가 되어 녹색 순교의 화관을 써야 합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몰두하였고 번역이 끝난 다음부터는 성경 말씀을 풀이하는 작업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방법은 성경과 함께 하느님이 창조하신 우주 만물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5년에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면서 창조 세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잘 다스리고 돌보라고 가르쳤습니다.
하느님의 손바닥 안에 있는 우리가 영원한 길로 이끄시는 주님을 피해 갈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제1독서에서 주님이 욥에게 하시는 말씀과 욥의 대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숨결과 얼굴을 피해 어디로 달아날 수 있을까요? 그곳이 어디라도 모두 주님의 울타리 안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복음에 등장하는 코라진과 베사이다와 카파르나움 사람들처럼 회개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교황님은 이제 신앙인의 관계가 하느님과 이웃을 뛰어넘어 지구와의 관계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를 위해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면서 생태적 회개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니 미사 중에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