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이사 42,1-4.6-7. 제2독서 : 사도 10,34-38. 복음 : 루카 3,15-16.21-22.
저 기억하시죠?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셨어요? 혹시 처음 뵙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먼저 제 소개를 간단히 하겠습니다. 저는 작년 12.16 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으로 부임한 김대건 베드로 신부입니다. 2016.8-2021.1까지 옆 본당인 복수동 성당 주임 신부로 있었고요. 지난 11개월 동안 안식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인 작년 3.21부터 2년 임기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조합 홍보 미사를 위해 여러분 앞에 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인데요. ‘불휘’는 ‘뿌리’의 고어입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의 뿌리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모진 풍파에도 수천 년의 세월을 이겨낼 수 있답니다.
이처럼 우리 조합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타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는 과정에서 밑거름이 되기 위해 2019년 2월 창립총회를 거쳐 태동했습니다. 대전교구 초대 생태환경위원장이셨던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이 갈마동 성당 주임 신부일 때 본당 교우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의 현실을 종합해보면 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인 태양광발전소를 성당 건물이나 주차장 등의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설치, 보급하기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그런데 2019년 여름, 갈마동 성당 교육관인 한얼관 옥상에 20KW를 가동한 뒤로 답보 상태였다가 작년 초 개인주택에 제2, 3호를 완공하였고, 작년 말부터 제4, 5호를 설치 중입니다.
조합이 처음 출범할 때는 협동조합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갈마동 성당 교우인 권군호 안드레아 형제님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고 5분의 이사님들이 도와주셔서 초석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로 교회 안에서 더이상 확장되지 못하고 주춤할 때 저에게 제안이 들어왔고 고심하다가 마음을 굳힌 다음, 작년 총회 때 제가 2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이사장이 신부인 협동조합은 지역 사회 안에서 활동하는 일반 협동조합과 무언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식년 동안 제가 바치는 매일 미사와 기도 중에 조합원들과 가정을 위해, 그리고 조합원들이 특별히 청하는 기도 지향을 기억하면서 생활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이사장이 될 때 조합원 수는 105명이었고 출자금은 6,050만 원이었는데, 올 1.1 현재 조합원은 총 271명이며 출자금은 16,580만 원입니다. 한 구좌에 십만 원이니 1인 평균 6구좌 정도입니다. 일 년 사이에 조합원과 출자금이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성직자성 장관으로 교황청에서 근무하시는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과 교구장 서리이신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과 보좌 주교이신 한정현 스테파노 주교님을 비롯하여 30분의 교구 신부님들, 심지어 수녀님과 비신자들까지도 동참해주셨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매 순간 감사한 일들이지만, 조합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떠올리면 멀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4,5호 불휘햇빛 발전소의 설치 자금이 부족하여 3개의 신협에서 총 2억 원을 대출받아 시공 중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가정에 여유 자금이 있으시다면 백만 원 이상 출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돈은 후원금과 달리 여러분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매년 정기총회 때 조합원들에게 수익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작년까지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4,5호기가 완공되면 올해부터는 총 5개의 불휘햇빛 발전소에서 200KW 이상 가동되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 총회 때는 배당금 지급이 가능하리라 희망합니다. 반면에 조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자산이 총 10억 원은 필요합니다.
제가 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많은 분이 축하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조합원이 되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이제는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도마동 성당을 시작으로 매달 지구장 성당을 순회하면서 조합 홍보 미사를 봉헌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 이런 활동이 왜 필요할까요? 그 답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발표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있습니다. 아직 안 읽은 분들을 위해 오천 원에 판매합니다. 작년 시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우리 조합에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수여해주셨습니다. 그때 받은 상금을 활용하여 정가(육천 원)보다 저렴하게 보급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 회칙을 통해 말씀하신 것처럼 “생태적 회개”는 이제 우리 모든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입니다. 그리고 생태적 회심을 이루려면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개인과 가정, 혹은 단체와 공동체 차원으로 이 회칙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 먼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라는 말처럼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후 재앙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무슨 연관이 있고, 이를 극복하려면 모든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은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총 6장, 246항으로 구성된 회칙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삶을 모범으로 제시하면서 신앙인들이 먼저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자고 당부합니다. 1장은 파괴된 지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2장은 신앙의 빛 안에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성경 말씀을 풀이해주며, 3장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을 알려줍니다. 4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 생태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알려주는데, 5장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국제적인 접근법과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고, 마지막으로 6장은 생태 교육과 영성이 그 해답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니 이제 신앙인은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구와의 관계도 성찰해야 합니다.
지구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문제는 이제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은 앞다투어 제품 생산에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RE100”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인데요. 그러한 기업에 반도체나 배터리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2030-35년 사이에 휘발유, 경유, 가스 등을 사용하는 연료 기관차는 더이상 운행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이죠. 저도 2009년 10월 출시된 아반떼 차량을 폐차하게 되면, 전기자동차로 바꿀 계획입니다.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는 오늘, 우리는 주님 세례 축일을 지냅니다. 공생활의 시작이기도 한 주님의 세례는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의 은총을 떠올리며, 다시금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참행복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합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저는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찬미받으소서』 회칙에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제생활의 소명으로 여기면서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었던 요한은 자신을 두고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라고 말했고, 예수님이 기도할 때 성령이 그분 위에 내리시고,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또한 제2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성령께서 함께해주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1독서인 이사야 예언서에서 전해 준 “주님의 종”의 모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완성되었다고 믿고 고백합니다. 이처럼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고 연중시기를 시작하는 오늘, 저는 우리 각자가 자신이 받은 세례성사의 은총을 떠올리면서 신앙인의 소명을 되새겨보길 청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인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은 결국 인류가 좌초한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이 개발과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니까요.
2022년을 시작하면서 대전주보 3면 하단에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이라는 지면이 생겼습니다. 작년 9월 27일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시작 미사를 봉헌했는데요. 주보 지면을 통해 모든 교구민이 그 여정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먼저 의식이 개선되어야 우리의 생활이 바뀌고, 더 나아가 정책이 마련되어 제도의 개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기후 재앙을 타파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그러니 지속 가능한 삶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려면 많은 권한과 책임을 맡은 사람이 먼저 생태적 회개를 이루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그 변화의 시작에 함께해주시길 청합니다.